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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향기

by 행복하루:) 2025. 9. 7.

도시의 거리가 점점 현대적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오래된 전통시장을 걷다 보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냄새가 있습니다. 갓 쪄낸 떡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하고 따뜻한 향기입니다. 겨울 아침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명절이 다가오면 더 바쁘게 돌아가는 떡집 앞 풍경은 그 자체로 시간의 기록입니다.
떡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닙니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체이자, 공동체가 함께 나누는 상징이며,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곁을 지켜온 음식입니다. 오늘은 시장 골목 속에서 세월과 함께 살아온 ‘떡집의 고소한 냄새’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골목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향기
골목에서 풍겨오는 따뜻한 향기

 

떡 한 덩이에 담긴 세월의 무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가게는 대개 떡집입니다. 이른 새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부터 불을 지피고, 맷돌에 갈아낸 쌀가루를 고운 체에 내려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가마솥에 찌고, 꺼내고, 치대는 반복적인 노동 속에서 떡은 하나둘 세상에 태어납니다.

이 작은 떡집 앞에는 늘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 손을 잡고 떡을 사러 왔던 아이가, 어느새 어른이 되어 결혼식 떡을 맞추러 오기도 하고, 손주 손을 잡고 다시 그 가게를 찾기도 합니다. 떡집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하는 장소, 곧 동네의 역사와 함께 자라온 ‘기억 창고’입니다.

특히 명절이나 제사철이 다가오면 떡집은 동네 전체가 모여드는 소통의 장이 됩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주문을 받아 쌓아둔 커다란 가래떡 더미, 그리고 떡을 나누어 담는 포장지까지. 그 풍경 속에는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스며 있습니다.

 

떡이 이어온 공동체의 정

떡은 늘 ‘나눔의 음식’이었습니다. 명절날 친척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으며 담소를 나누던 풍경, 졸업식과 개업식에 맞춰 나누던 백설기, 돌잔치에서 빠질 수 없는 떡 케이크까지. 떡은 언제나 기쁨과 슬픔, 시작과 마무리의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시장 떡집의 사장님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떡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나눠야 진짜 맛이 나는 거죠.”

그 말처럼 떡집에서 사 간 떡은 곧장 집 식탁 위로 올라와 가족의 아침을 채워주고, 이웃과 나누며 안부를 전하는 매개체가 됩니다. 작은 떡 한 덩이 속에 담긴 ‘정’은 시장 골목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떡집은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경제적, 문화적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군것질을 하던 곳, 어르신들이 안부를 나누던 곳, 주민들이 자연스레 마주치는 장터의 중심이 되어주었죠. 오늘날 카페가 청년들의 모임 장소라면, 과거 떡집은 동네 사람들의 삶의 거점이었습니다.

 

전통을 지켜온 손맛의 가치

세상이 편리해지고, 공장에서 대량으로 떡을 생산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노포 떡집은 손으로 빚는 떡을 고집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손으로 만들어야만 살아나는 떡의 ‘결’과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찹쌀을 알맞게 불리고, 증기에 맞춰 시간을 조절하며 찌는 과정, 떡메로 내리치며 쫀득한 질감을 완성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은 오랜 세월 쌓인 감각과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고유의 ‘손맛’이 떡집의 생명력이자 전통의 뿌리입니다.

사장님들은 늘 이야기합니다.
“이 손맛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에요. 30년, 40년 같은 길을 걸어야만 따라오는 거죠.”

떡집의 장인은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견디며 전통을 지켜내는 사람입니다. 골목과 함께 살아온 그들의 땀방울이 있기에, 오늘도 시장 한 켠에서는 고소한 떡 냄새가 끊이지 않습니다.

 

사라지지 않아야 할 골목의 향기

시장 떡집의 고소한 냄새는 단순한 음식 냄새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족의 기억, 마을의 역사, 세대를 이어온 삶의 흔적이 응축된 향기입니다.

세련된 카페와 대형 베이커리가 늘어나도, 떡집이 주는 따뜻한 온기와 공동체적 의미는 대체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귀한 공간들을 기록하고 지켜내는 일은, 단순히 맛을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이야기를 간직하는 것입니다.

다음에 시장 골목을 걸을 때, 떡집 앞에서 풍겨오는 고소한 냄새가 느껴진다면 잠시 멈춰 서 보세요. 떡 한 덩이에 담긴 세월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음미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