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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작은 주막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삶의 기록

by 행복하루:) 2025. 9. 2.

시골 장터 어귀에 들어서면 언제나 고소한 기름 냄새와 구수한 막걸리 향이 손님을 맞이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을 붙잡는 힘이 있는 공간, 바로 오랜 세월 부부가 함께 지켜온 작은 주막입니다.
그곳에서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닌, 삶의 이야기가 함께 곁들여집니다. 반죽에 담긴 정성, 막걸리에 스민 세월,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함께 걸어온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녹아 있는 곳. 오늘은 그 특별한 주막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파전 한 장에 담긴 손맛과 정성
파전 한 장에 담긴 손맛과 정성

 

파전 한 장에 담긴 손맛과 정성

주막의 대표 메뉴는 단연 파전입니다. 기름 두른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파전은 멀리서도 냄새만으로 발길을 끌어당깁니다. 하지만 이 집 파전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할머니는 늘 반죽 이야기를 꺼내곤 합니다. "밀가루만 넣으면 맛이 밋밋허제. 찹쌀가루를 조금 섞어야 쫄깃허고, 계란을 풀어 넣으면 색도 곱고 부드럽지." 몇십 년을 지켜온 비율은 종이에 적힌 공식이 아니라 손끝과 감각으로만 전해집니다.

재료 또한 대충 준비되는 법이 없습니다. 장터에서 그날 아침 직접 골라온 대파, 시장 좌판에서 산 싱싱한 해물, 마을 밭에서 캐온 고추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깃든 재료들이 파전에 올려지면 그야말로 ‘한 장의 작품’이 됩니다.

손님들은 한입 베어 물며 "이 맛이야, 이 맛 때문에 오지"라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파전은 그저 음식이 아니라, 부부가 지켜온 시간의 증거이자 정성의 상징인 셈입니다.

 

직접 빚은 막걸리, 세월의 깊이가 스민 맛

파전과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막걸리입니다. 요즘은 기성품 막걸리가 많지만, 이 집에서는 여전히 직접 빚습니다. "쌀 씻는 물소리부터 벌써 술이여." 할아버지는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그 말 속에는 정성과 기다림이 숨어 있습니다.

쌀을 씻고 불려서 찐 뒤, 누룩과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두면 비로소 시간이 일을 합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을 두고 발효되며, 거품이 올라왔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 과정을 부부는 늘 곁에서 지켜봅니다. "아이 키우는 거랑 똑같아. 잘 자라는지, 숨 쉬는지 늘 들여다봐야 혀."

이렇게 정성껏 빚어진 막걸리는 한 모금만 마셔도 속이 편안해집니다. 단순히 취하려 마시는 술이 아니라, 부부의 손길과 시간이 담긴 ‘이야기 있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은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어느새 자연스럽게 마음을 풀어놓습니다. 시골살이의 어려움, 도시에서 내려온 사연, 그리고 추억 속의 이야기들이 술잔과 함께 오가며 주막의 밤을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부부의 동행, 주막에 흐르는 세월의 노래

이 주막의 가장 큰 비밀은 사실 음식도 술도 아닙니다. 바로 부부의 삶 그 자체입니다. 젊은 시절부터 장터에서 장사를 시작해, 세월의 풍파를 함께 견디며 지금까지 이어온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손님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술 담그고 장작 패면, 이 사람은 전 부치고 손님 맞고. 서로 없으면 장사가 안 돼." 할머니 역시 웃으며 대답합니다. "싸울 때도 많았지. 근데 결국 같이 웃게 되는 건, 이 집을 지켜온 덕분이여."

주막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지켜온 삶의 터전입니다. 손님들에게는 파전과 막걸리를 내어주는 곳이지만, 부부에게는 청춘의 추억이자 인생의 기록이 쌓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먼 도시에서 손님들이 다시 찾아와 "그때 먹은 파전 맛이 잊히지 않아 왔어요"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오랜 세월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부부의 인생 이야기는 단순히 맛집의 소개를 넘어선 삶의 풍경입니다. 손끝으로 기억되는 반죽 비율, 항아리 속에서 익어가는 막걸리,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한 두 사람의 세월.

이 작은 주막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줍니다. 음식은 단순한 배움직이 아니라, 삶과 사랑, 그리고 시간이 빚어내는 예술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혹시라도 장터 한켠에서 고소한 파전 냄새와 막걸리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면, 그곳에 들러 한 잔의 술과 한 장의 파전 속에 담긴 부부의 인생 이야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