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분식집은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친구와 함께 웃고 울던 시간, 시험이 끝난 뒤 몰려가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던 자리, 또 혼자 앉아 사발라면을 후루룩 삼키며 위로받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직 떡볶이 하나로 학교 앞을 지켜온 한 분식집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주인장의 기억 속에 남은 학생들의 추억,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변치 않는 떡볶이 양념장의 비밀을 살짝 들여다보겠습니다.
1980년대, 교복 치마 사이로 스며든 떡볶이 냄새
1980년대 학창시절, 지금처럼 다양한 간식이나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던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유혹하는 건 단출한 간판이 걸린 분식집이었죠. 교복 치마 사이로 스며들던 고추장 양념의 매콤한 떡볶이 냄새는 그 시절의 상징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던 학생들에게 떡볶이는 가장 가깝고도 친근한 한 끼였습니다. 몇 백 원이면 떡볶이 한 접시와 어묵 국물을 나눠 먹을 수 있었고, 그 작은 한 끼 속에는 배부름과 따뜻함이 함께 담겨 있었죠. 주인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단체로 들어오면 좁은 가게 안이 발 디딜 틈도 없었어요. 서로 웃고 떠들면서 떡볶이를 집어 먹는 모습이 어찌나 활기찼는지, 제게도 큰 힘이 됐습니다.”
그 시절 분식집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학생들의 ‘작은 놀이터’이자 ‘쉼터’였습니다. 교복에 묻은 떡볶이 국물 자국조차 학창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흔적이었으니까요.
세대가 바뀌어도 이어지는 분식집의 따뜻함
세월은 흘러 1990년대, 2000년대를 지나 이제는 2020년대. 하지만 여전히 이 분식집은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꼭 학생들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이곳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이제는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다시 가게를 찾습니다.
“엄마가 다니던 학교 앞 분식집이 바로 여기야.”라며 추억을 나누는 장면은 주인장에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합니다. 한 세대의 기억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며, 분식집은 단순한 음식점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입니다.
세월 속에서 메뉴에는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떡볶이에 치즈가 얹히기도 하고, 튀김이나 순대 같은 사이드 메뉴도 다양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본질, 즉 따끈한 떡볶이 한 접시에 담긴 온기와 정성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주인장은 여전히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양념장을 끓이며, “오늘도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습니다.
분식집은 이렇게 세대를 이어가며, 작은 골목의 한 부분이자 마을의 기억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40년을 지켜온 비법 양념장의 비밀
이 분식집 떡볶이가 수십 년 동안 사랑받아온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비법 양념장’에 있습니다. 주인장은 큰 비밀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살짝 귀띔해 주었습니다.
“사실 특별한 건 없어요.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쓰고, 정성을 담는 게 가장 큰 비법이죠. 그래도 하나 꼽자면,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직접 배합해 쓰는 거예요. 시중에서 파는 걸 그대로 쓰지 않고, 제가 원하는 맛을 내기 위해 몇 번이고 비율을 조절했죠. 그래서인지 매운맛 속에 은근한 단맛과 깊은 맛이 살아납니다.”
양념장은 매일 아침 새로 끓여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떡과 어묵에 배어드는 맛이 더욱 진해진다고 합니다. 손님들은 이 양념장의 맛을 잊지 못해 수십 년이 지나도 다시 찾는다고 하죠.
또한 주인장은 학생들을 위해 늘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려 애썼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주머니 사정 때문에 못 먹고 가는 건 제일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양은 조금 줄여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이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양념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사람 냄새 나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학교 앞 분식집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학생들의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떡볶이를 파는 가게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추억의 다리’이며, 언제든 다시 찾아가면 그 시절의 웃음소리와 함께 따뜻한 떡볶이 한 접시가 기다리는 곳입니다.
1980년대의 교복 냄새, 1990년대의 시험 끝난 날의 해방감, 그리고 지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웃으며 먹는 떡볶이까지. 이 모든 시간이 켜켜이 쌓여 한 그릇의 떡볶이 속에 담겨 있습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분식집의 추억이 있나요? 그렇다면 언젠가 그 길을 다시 걸어가 보세요. 그곳에서는 여전히 따끈한 떡볶이가, 그리고 학창시절의 웃음이 당신을 반겨줄 것입니다.